마음차분 별/두뇌와 정신

나의 기억력 훈련 체험기! 치매 예방은 물론 자신감 충전

유니버스 존스 2023. 1. 5. 17:39

 살면서 기억력의 문제로 짜증을 내고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많나요? 먼 옛날에는 책을 통째로 외우는 등 기억술이 많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기억술의 역사와 공간 기억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기억의 궁전 기억 요법을 제 개인 체험을 토대로 설명하겠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라

책이 거의 없던 시대의 기억력은 모든 문화를 지배하는 근간이었습니다. 14세기경만 해도 책 수십 권이 전부였는데요. 지금은 어떤가요? 무려 100억 권이 넘는 책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전자책 출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크몽을 통해서 전자책 한 권 구입했습니다. 그만큼 책이 부족한 중세 시대에는 책 한 권을 얻게 되면 통째로 외워서 다녔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덴젤 워싱턴 주연의 영화 "일라이"(2010년 작품)를 잠깐 언급하려고 하는데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관람을 준비 중이시라면 방해가 안 됐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일라이의 사례 (The Book Of Eli, 2010)

지구 멸망 그 후의 이야기를 담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로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구 멸망의 원인을 성경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지구상에 남아있는 거의 모든 성경책을 찾아서 불태워 없애버리는 지경까지 이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까스로 남은 단 한 권의 성경을 주인공 일라이(덴젤워싱턴)가 문명화된 도시로 운반해야 하는 사명을 띠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성경책을 노리는 악당들과 고군분투를 벌이고 결국 성경책을 빼앗기고 맙니다. 여기서 반전은 사실 그 성경책은 점자책이었고 주인공 일라이는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악당(게리 올드만)은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성경을 이용하려 했지만, 누구나 점자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여기서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성경을 빼앗기고 간신히 몸만 탈출한 일라이는 모든 성경책을 다 암기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라이가 불러주는 대로 차곡차곡 성경을 써내려 가기 시작합니다. 과연 일라이는 어떻게 성경 전체를 암기할 수 있었을까요?

 

덴젤 워싱톤 주연의 <일라이> 2010년 작품

 

 

기억의 궁전을 거닐다

기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기술이 존재합니다. 저는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주입식 반복 암기에 익숙한데요. 그런데 대다수의 기억 술사가 가장 많이 애용하는 기술이 있습니다. 저도 이 기술에 한 번 도전해 봤습니다. 바로 기억의 궁전(Memory Palace)을 거니는 거라고 합니다. 기억력 챔피언들은 보통 몇백 채 되는 기억의 궁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10채도 안 되는데요. 기억의 궁전이 어떻게 태동하였는지 그 역사적인 현장 속 이야기를 먼저 들려 드리겠습니다.

 

창시자 시모니데스

고대 그리스의 시인 시모니데스는 궁궐로 초청받았습니다. 자신의 특기인 시를 낭송하고 궁궐 밖으로 나오자마자 궁궐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거대한 궁궐이 무너지면서 시신은 심하게 훼손되어 누가 누구인지 분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죠. 그때 시모니데스가 당시 현장을 시각화하여 기억하게 되는데요.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을 끄집어내어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태동이 되어 기억의 궁전이 되었습니다.

 

 

 

테미스토클레스

기억의 궁전을 활용했던 또 한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그리스 아테네의 장군이자 정치가 테미스토클레스는 기억의 궁전 기법으로 2만 명이나 되는 그리스 시민들의 이름을 다 외웠다고 합니다.

 

저는 요즘 친구 이름도 가물가물해지고 있는데요. 대화 중에도 "그 영화 뭐였더라? 저번에 우리가 놀러 갔던 장소 이름이 뭐였지? 저번 먹었던 식당 이름 알아?" 이런 이야기를 최근 들어 많이 나눈 것 같아요. 기억의 궁전이 저에게 절실한 상황입니다.

 

나의 기억의 궁전 체험기

이미지 연상이 없는 기억은 기억의 공간에서 방황하다가 망각의 늪에 빠지고 안개처럼 사라집니다. 그래서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기억의 궁전 곳곳에 스토리텔링을 통한 이미지를 구축해 놓습니다. 우리의 뇌는 단어나 숫자 같은 추상적인 이미지는 잘 기억하지 못하며 공간정보는 비교적 쉽게 받아들이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만의 기억의 궁전에 좀 특이하고 엉뚱한 내용을 시각화해서 배치해 놓으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데요. 

그래서 저도 기억의 궁전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회사 건물로 정했고 영어단어를 시각화해서 입구부터 배치해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baraly 배얼리(간신히)라는 단어를 외우기 위해 회사 로비의 문을 활용했습니다. 해리포터가 를 들고 와서 회사 문손잡이에 배를 꽂더니 얼리는 마법을 부린 것입니다. 그래서 배얼리가 되었죠.

 

이렇게 해서 화분, 화장실, 우편함, 엘리베이터 등등에 스토리를 시각화해서 영어단어를 외우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 보세요. 암기력 약한 저는 아직도 배 얼리는 마법(baraly)을 잊지 못합니다. 

 

해리포터가-마법봉을-사용하여-배를-얼리다
모든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기억의 궁전을 구축했다. 엉뚱하고 이상해도 상관없다.

 

 

기억의 궁전이 무너지다

고대와 중세 문화에서 기억술은 삶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 문화를 주도했습니다. 집은 가난해도 마음속 기억의 궁전은 부요했습니다. 책이 없으니까 웬만하면 다 외우면서 곱씹었을 테지요. 그렇게 기억의 궁전이 우주의 별처럼 많아지고 팽창할 때쯤 일생일대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15세기의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책이 대량으로 생산이 되었습니다. 이 시점부터 기억술은 쪼그라들고 책에 기록된 외부기억장치를 의지하게 되었죠. 굳이 힘들게 기억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죠.

 

내일로 미루는 습관의 함정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위험한 습관이 하나 있는데 '내일로 미루는 습관'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책에서 주옥같은 글을 읽고 감명받으면 표시해 놓았다가 다음에 다시 읽으면서 외울 것을 스스로 약속합니다. 유용한 동영상 강좌를 보면서도 다음에 다시 감상할 것을 다짐합니다.

 

이런 안일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가진 상황에서 시간은 우리를 배신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이 오면 두 번 다시 찾는 경우가 제 인생에서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중세 시대처럼 책 읽을 기회가 한 번뿐이라면 모든 집중력을 발휘하여 기억하려고 애를 썼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굳이 애쓸 필요가 없죠. 우리의 친구 컴퓨터, 스마트폰 등 외부기억장치에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먼 미래에는 사람의 뇌가 쪼그라들어서 콩알만 해 지는 건 아닐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뇌 활성화가 치매 예방에 탁월하다는 것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정기적으로 보도하고 증명한 내용인데요. 나이 들었다고 해서 기억력이 감퇴하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마인드맵의 창시자 토니부잔은 말했는데요. 충분히 기억력 훈련을 통해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여러분만의 기억의 궁전을 10채, 100채 그 이상 건축하시기를 응원합니다. 다시 꿈을 향해 달려가시기를 바랍니다.